아이가 울기만 하고 자기 기분을 말로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죠. 장난감을 친구가 가져가도 그냥 울거나, 화가 나도 떼를 쓰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더라고요. 저도 감정 표현이 서툰 어른 중 한 명이라 아이만큼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감정주사위놀이였습니다.

정서발달을 돕는 감정주사위놀이란
감정주사위놀이는 다양한 표정이 그려진 주사위를 던지며 감정을 배우는 놀이법입니다. 정서발달(emotional development)이란 아이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기쁨, 슬픔, 화남 같은 감정을 구분하고 상황에 맞게 드러내는 법을 배우는 거죠.
놀이 방법은 간단합니다. 빈 상자에 기쁨, 슬픔, 놀람, 분노, 혐오, 공포 등 6가지 기본 감정 표정을 붙여 주사위를 만듭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서도 영유아기 정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 놀이 중심 접근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주사위를 던져 나온 표정을 보고 아이가 직접 그 감정을 흉내 내거나, 부직포로 오린 눈썹·눈·입을 조합해 같은 표정을 만들어보는 식입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놀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해보니 아이가 표정 하나하나에 꽤 집중하더라고요. "이건 화난 얼굴이야" 하고 알려주면 눈썹을 찌푸리며 따라 했고, "슬플 때는 이렇게 입이 내려가" 하니 입 모양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표현력을 키우는 감정 어휘 교육
감정주사위놀이의 핵심은 단순히 표정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을 언어로 연결하는 데 있습니다. 표현력(expressive ability)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이나 행동으로 정확히 드러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에서 슬픈 표정이 나오면 "엄마, 아기가 왜 슬퍼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제가 "친구가 장난감을 안 빌려줘서 속상했나 봐. 그럴 땐 '억울해'라고 말하면 돼"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상황과 감정 단어를 연결해주면 아이가 실제로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엄마, 나 억울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제 경험상 이 방법이 단순히 "화났어?"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또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 자체도 아이에게 즐거운 자극입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나온 결과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 어휘를 익히게 됩니다. 한국아동학회 연구에 따르면 놀이를 통한 정서 교육이 직접 교육보다 학습 효과가 2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출처 : 한국아동학회).
소근육발달까지 챙기는 일석이조 놀이
감정주사위놀이는 정서발달뿐 아니라 소근육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근육발달(fine motor development)이란 손가락, 손목 등 작은 근육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젓가락질, 단추 끼우기, 색칠하기 같은 세밀한 동작을 점점 더 잘하게 되는 과정이죠.
이 놀이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소근육 훈련입니다. 아이와 함께 다음 순서로 만들어보세요.
- 잡지에서 다양한 표정의 얼굴 사진을 오립니다. 기쁨, 슬픔, 놀람, 분노, 혐오, 공포 6가지 감정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선택합니다.
- 색종이나 갑지에서 눈, 코, 입 모양을 크게 오립니다. 아이 손에 맞게 조금 큰 사이즈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 빈 상자 6개 면에 색종이를 붙이고, 각 면마다 다른 감정 표정을 붙여 주사위를 완성합니다.
- 접착 부직포를 여러 감정의 눈썹, 눈, 입 모양으로 오립니다.
- OHP 필름 위에 오린 부직포 조각들을 붙였다 떼며 표정을 조합합니다.
저희 아이는 처음엔 가위질이 서툴러서 제가 대부분 오렸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스스로 종이를 잡고 선을 따라 자르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부직포 조각을 필름에 붙일 때도 손가락 힘 조절이 필요해서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반복하니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단순히 감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손놀림까지 좋아지는 일석이조 놀이였습니다.
주사위를 던지고 표정을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부직포 조각을 집어서 정확한 위치에 붙이려면 집중력과 손가락 힘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엄마, 여기 눈썹 붙여야 하는데 자꾸 떨어져"라고 투덜대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놀이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게임보다 훨씬 교육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평생 가는 자산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기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 역시 그래서 더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감정주사위놀이는 아이가 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준비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한 번 만들어두면 오래 활용할 수 있고 아이 반응도 좋으니 시도해볼 만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엄마, 나 지금 기뻐"라고 스스로 말하는 순간, 이 놀이를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참고 : 도서 -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