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싫어", "미워"를 하루에 수십 번씩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 첫째가 8살인데, 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 영향을 받아 부정적인 말들이 오히려 더 늘었습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삭히면서도,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원인을 제대로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속은 끓어오르지만 엄마 노릇은 해야 하잖아요. 화가 난다고 소리 지르고 야단치면 아이는 속상하기만 하고 고쳐지지는 않겠다 싶어서 꾹 참고 좋게 좋게 이야기 해주고 타이르고 교정해 주려고 노력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었어요. 그 방법 소개해 드릴게요.

일춘기, 왜 이 시기에 부정적 언어가 폭발하는가
아이가 갑자기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면 일춘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일춘기란 만 36개월 전후로 찾아오는 아동의 첫 번째 자아 독립기를 의미합니다. 이 시기 아이의 뇌에서는 전두엽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폭발하지만, 감정 조절 능력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학령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첫째도 3살 때 잠깐 지나가나 싶었는데, 8살이 되어 학교에 가면서 또래 집단의 언어에 노출되자 부정적 표현이 오히려 다시 늘어났습니다. 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를 또래 동조성(peer conformity)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친구들이 쓰는 말투와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는 현상인데, 이 시기 아이들은 부모보다 또래의 영향을 훨씬 강하게 받습니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학령 초기(초등 1~2학년) 아동은 일과 시간의 절반 이상을 또래와 보내면서 언어 습관의 변화를 경험한다고 합니다(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제가 직접 아이를 관찰해봤을 때도 하교 후 말투가 달라지는 것을 확연히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 날 "미워"라는 단어를 밥상에서 세 번이나 쓰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 시기에 부정적 언어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두엽 발달 불균형으로 감정 조절 능력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
- 어휘력이 늘면서 감정 표현의 폭이 넓어지지만, 긍정적 표현 선택 능력은 부족
- 또래 동조성으로 인해 친구들의 부정적 언어를 빠르게 흡수
- 부정적 표현 시 부모의 반응이 강해 아이가 이를 관심의 신호로 인식
선택권 제시, 감정 반응을 바꾸는 현실적 방법
많은 훈육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자율성 지지 전략(autonomy support)입니다. 여기서 자율성 지지 전략이란 아이에게 통제감을 주면서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양치해"라고 명령하는 대신 "지금 양치하고 책 읽을까, 아니면 책 읽고 양치할까"라고 두 가지 선택지를 주는 것이 그 예입니다.
솔직히 이 방법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게 진짜 통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써보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실랑이를 걸어오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엄마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통제감이었던 겁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나름의 방법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부정적인 단어가 반복되면 웃으면서 "우리 집에서 '아니' 금지~", "우리 집에서 '싫어' 금지~" 하고 짚어줍니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던 아이가, 어느 날 스스로 흠칫하더니 "아, 우리 집에서 '아니' 금지지" 하고 말하는 거 아니겠어요. 장난처럼 접근했는데 오히려 훨씬 빠르게 자기 교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아동심리치료학회 자료에서도 긍정적 행동 지원(PBS, Positive Behavior Support) 기반의 선택 제시 방식이 2~8세 아동의 반항적 언어 사용 빈도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출처 : 한국아동심리치료학회). PBS란 문제 행동을 억압하는 대신 긍정적 대안 행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접근법으로, 벌보다 선택과 칭찬을 핵심 도구로 삼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게 맞다 싶었던 게, 아이를 혼낼수록 부정적 언어가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저항이 더 세졌기 때문입니다.
긍정 언어로 전환하기, 엄마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의 언어 습관을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자주 놓치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양육자 본인의 반응 패턴입니다. 아이가 잘했을 때는 "어, 잘했네" 하고 건성으로 넘기면서,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는 즉각적이고 강렬하게 반응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직접 돌아봤을 때 솔직히 그 패턴이 있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정적 표현을 했을 때 엄마의 시선이 집중되고 반응이 커진다면 이를 '관심을 받는 방법'으로 학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가 아닌 오조작적 조건화, 즉 잘못된 행동이 오히려 보상으로 연결되는 고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의식적으로 순서를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가 긍정적으로 표현하거나 잘 행동했을 때 더 크게, 더 구체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입니다. "잘했어"보다는 "오늘 동생한테 양보했구나,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엄마 알아"처럼요.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OO가 그렇게 하면 엄마는 속상해"라고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연습 중인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면 아이도, 저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엄마도 엄마 노릇은 처음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완벽하게 해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서툴게 성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대응보다 꾸준한 방향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부정적 언어 습관이 걱정된다면, 오늘 당장 한 가지만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아이가 잘했을 때 딱 한 번만 더 구체적으로 칭찬해보세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생각보다 빨리 달라진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아동 심리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전문 상담사와 상의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 도서 -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