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를 사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2색이든 20색이든, 색깔이 많아야 아이 어휘도 풍부해질 것 같은 기분이요.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있어도 되더라고요. 둘째 아이와 클레이를 하면서 배운 것들,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색깔 어휘, 클레이로 이렇게 쌓입니다
클레이 놀이는 언어 발달, 그중에서도 어휘 습득(vocabulary acquisition)에 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휘 습득이란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맥락 속에서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체득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클레이는 색깔, 크기, 길이, 질감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익힐 수 있어서, 이 맥락형 학습에 잘 맞는 도구입니다.
제가 직접 둘째와 놀아보면서 느낀 건, 아이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말랑해", "이 뱀 너무 길다", "작은 토끼 만들어주세요"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딱히 가르치려고 한 것도 아닌데, 놀면서 자연스럽게 표현이 늘었습니다.
국립국어원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기 어휘 발달은 직접 경험과 맥락 속 반복 노출이 핵심이라고 합니다(출처 : 국립국어원). 클레이를 빚으며 "납작하다", "뾰족하다", "동그랗다" 같은 형용사를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원리입니다.
색깔 어휘를 늘리고 싶다면 이런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 "빨간색 주세요" 처럼 아이가 직접 색을 요청하도록 유도하기
- "바나나 만들까? 노란색이 필요하네" 처럼 사물과 색을 연결해서 말해주기
- "긴 뱀 만들까, 짧은 뱀 만들까?" 처럼 선택지를 제시해서 아이가 직접 결정하게 하기
어떤 분들은 색깔카드나 플래시카드로 색 이름을 가르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 방식이 잘 안 맞더라고요. 아이가 금방 흥미를 잃는 편이라서요. 클레이처럼 손이 움직이고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활동이 훨씬 오래 집중하고, 말도 더 많이 나왔습니다.
소근육 발달, 생각보다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클레이 놀이가 소근육 발달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여기서 소근육 발달이란 손가락, 손목, 손바닥 등 작은 근육군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능력은 글씨 쓰기나 가위질처럼 학령기 이후 기초 학습 기술과도 직결됩니다.
아이가 클레이를 조물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그게 단순한 놀이처럼 안 보일 때가 있습니다. 둘째가 손가락 끝으로 클레이를 얇게 미는 모습이나, 동그랗게 굴리는 데 집중하는 표정을 보면 저는 그냥 행복해집니다. 근육이 발달하는 순간을 보는 것 같아서요.
정밀 운동 능력(fine motor skil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쉽게 말해 손끝의 세밀한 움직임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를 뜻합니다. 클레이를 쥐고, 누르고, 늘리고, 뭉치는 동작 자체가 이 능력을 자극하는 운동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유아기 정밀 운동 능력 발달은 이후 인지 기능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합니다(출처 : 대한소아과학회).
저는 어릴 때 클레이를 하면 늘 똑같은 모양만 만들었거든요. 뱀, 도넛, 공. 그 세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집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소꿉놀이 세트를 스스로 구성합니다. 제가 가르쳐준 게 아닌데 아이한테 오히려 배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손이 정교해질수록 표현도 더 풍부해진다는 걸, 아이를 보면서 실감했습니다.
클레이 색상 선택, 굳이 다 살 필요 없습니다
클레이를 처음 살 때 저는 색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색깔 어휘도 더 배우고,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12색 세트, 20색 세트를 샀는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만 씁니다. 딸 아이들의 경우 분홍, 빨강, 노랑, 하늘색처럼 밝고 선명한 색을 선호하고, 갈색이나 남색은 손도 잘 안 대더라고요. 그 색들은 매일 새것처럼 남아있고, 저만 아까워서 갈색으로 뭔가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색의 종류를 다양하게 갖춰야 교육적으로 더 좋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실제로 손대는 색만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색이 풍부하게 있어야 더 오래, 더 자유롭게 놀거든요. 색상 구성(color composition)을 선택할 때, 여기서 색상 구성이란 아이가 놀이에서 실제로 활용할 색의 종류와 수량을 뜻하는데, 아이의 선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제가 직접 해본 결과로는, 처음부터 6~8색 정도로 좋아하는 색 위주로 구성하는 게 낭비도 없고 아이도 더 즐겁게 놀았습니다.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걸, 클레이로 배웠습니다.
결국 클레이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즐겁게 오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휘가 늘고 소근육이 발달하는 건 그 즐거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입니다. 처음부터 교육 목적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아이가 흥미를 잃더라고요. 좋아하는 색 몇 가지 준비해서, 아이가 원하는 걸 마음껏 만들게 두는 것. 저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참고 : 도서 -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