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첫째 임신 때 배 속에서 발차기가 느껴질 때마다 "이 아이는 정말 활발한 성격이겠구나" 하고 확신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태동이 강하면 아이도 그만큼 활동적일 거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두 아이를 키워보니 제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태동이 훨씬 약했던 둘째가 오히려 지금은 더 정신없이 까불고 다니거든요.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첫째를 돌보느라 둘째의 태동을 느낄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정말 반대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두 아이 모두 다 예쁘고 사랑스럽답니다.

태동의 강도와 빈도가 말해주는 것
태동이란 자궁 안에서 태아가 움직이며 산모가 느끼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아기가 배 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몸을 뒤집을 때 엄마가 느끼는 그 느낌이죠. 제 첫째는 정말 태동이 활발했습니다. 임신 중기부터 배가 뽈록뽈록 튀어나올 정도로 발차기를 했고, 특히 밤마다 제 배를 세게 차서 잠을 설친 적도 많았습니다.
당시 저는 태교일기에 매일같이 태동 시간과 강도를 적어뒀습니다. "오후 9시, 배 오른쪽에서 강한 발차기 3회"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애는 아빠를 닮아서 힘이 세구나" "밤에 더 활발한 걸 보니 야행성인가?" 하고 상상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제가 배 속에 있을 때 어땠는지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도 밤마다 놀자고 발버둥 쳤다고 하시더라고요.
태아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부모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보는 활동은 산전 애착 형성(Prenatal Attachment)에 도움이 됩니다. 산전 애착이란 임신 중 부모가 태아에게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을 뜻합니다. 실제로 대한산부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출처:대한산부인과학회) 태동을 자주 느끼고 기록하는 산모일수록 출산 후 모아 애착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유전자 공유와 태교일기 작성법
부모와 태아는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임신 기간 동안 아기가 누구를 닮았을지 상상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유전형질(Genotype)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조합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아이의 외모뿐 아니라 기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 부부도 매일 저녁 배를 어루만지며 "이 아이는 눈은 아빠를 닮고, 성격은 엄마를 닮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태교일기를 작성할 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 아기의 성별과 태몽 내용
- 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아침, 오후, 밤)
- 입덧의 강도와 그로 인해 변한 음식 취향
- 부모 각자가 배 속에 있을 때의 모습(조부모님께 여쭤본 내용)
- 현재 태아의 움직임과 부모의 어릴 적 비교 내용
저는 첫째 때 이 모든 항목을 꼼꼼히 적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때는 솔직히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 썼습니다. 첫째를 돌보고 일도 하느라 둘째의 태동을 느낄 여유가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둘째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태동의 감각 자체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배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 신비로운 느낌은 두 번째라고 해서 덜한 게 아니었습니다.
예상과 다른 아이의 실제 모습
제가 겪은 가장 큰 반전은, 태동으로 예측했던 아이의 성격과 실제 성격이 정반대였다는 점입니다. 첫째는 배 속에서 그렇게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막상 태어나니 조용하고 신중한 아이였습니다. 반대로 둘째는 태동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는데, 지금은 집 안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난장판을 만들고 다닙니다.
표현형(Phenotype)이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실제 특성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유전자만으로는 아이의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배 속에서의 움직임이 곧바로 성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자궁 내 환경, 출산 후 양육 방식, 형제 관계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저희 첫째는 외모도 남편을 거의 100% 닮았습니다. 제 유전자는 하나도 없나 싶을 정도로요. 둘째는 신기하게도 제 동생을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가족들도 "이모 어릴 때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가끔 농담처럼 "왜 나를 닮은 애는 하나도 없지?"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웃으며 노는 모습을 보면 누굴 닮았든 상관없이 그저 사랑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임신 중에 상상했던 아이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태교일기를 다시 꺼내 읽어보면 "활발하고 건강한 아이"라고 적혀 있긴 한데, 그때의 구체적인 상상은 흐릿합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고 실재하기 때문에, 과거의 상상은 이미 덮어씌워진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태동을 느끼고 기록하는 시간은 단순히 아이를 예측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모가 되어가는 준비 과정입니다. 예상이 빗나가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여 부모로서의 애착과 책임감이 형성되니까요. 만약 지금 임신 중이시라면, 너무 정확하게 맞추려 애쓰지 마시고 그저 배 속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 자체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태어난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완벽하고 소중할 테니까요.
참고: 도서 -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